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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책방] 북스테이, 책방에 머물고 글귀에 머물다 글의 상세내용
제목 [작은책방] 북스테이, 책방에 머물고 글귀에 머물다
부서명 농업기술센터 등록일 2019-09-09 조회 32
첨부  

출처-농민신문


충북 괴산 ‘숲속작은책방’에 가다

책 읽으며 숙박할 수 있는 ‘북스테이’ 원조격 서점

아늑한 시골집엔 주인장 부부가 모은 책들로 한가득

대형 서점과 달리 편안하고 자유로운 분위기 ‘매력’

고요한 밤, 다락방에 누워 소설 속 세상 푹 빠져
 


책방이 책만 사는 곳이라는 생각은 편견이다. 서점에서는 맥주도 마실 수 있고 인문학 강의를 들을 수도 있고 독서토론을 할 수도 있다. 심지어 잠도 잘 수 있다.

동네 골목에 작은책방들이 들어서면서 시작된 변화다. 책만 팔던 ‘가게’에서 문화를 향유하고 놀이를 하고 사람을 만나는 ‘공간’으로 변신한 것이다. 작다고 얕보지 말고 의심하지도 말고 우리 동네 어느 귀퉁이에 있을 작은책방을 찾아 문을 열고 들어가보자.



시간이라는 놈 때문이다. 틀림없이 그놈이 범인이다. 책상 위에, 식탁 위에, 화장실에 그리고 머리맡에 사방에 널린 게 책인데도 하루가 다 가도록 책장 한장을 넘기지 못하는 것은 딱 그놈이 없기 때문이라고 애써 변명한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북스테이’다. 일상에서 탈출해 시간이라는 놈을 잡아두고 실컷 책이나 읽기에 북스테이보다 더 좋은 선택지는 없다. 그곳이 한적한 시골 작은책방이라면 더할 나위 없을 터. 원대한 계획을 실현시키기 위해 찾은 곳은 충북 괴산의 ‘숲속작은책방’이다.



북스테이(Bookstay)는 북(Book)과 스테이(Stay)를 합쳐서 만든 합성어다. ‘책이 있는 곳에서 머문다’는 말뜻 그대로 책방에서 잠을 잘 수 있도록 공간을 빌려주는 서비스다. 대부분 지방의 작은책방들에서 누릴 수 있는 호사인데, 그중 ‘숲속작은책방’은 북스테이를 가장 먼저 시작한, 원조라고 부를 만한 곳이다.

충북 괴산 ‘숲속작은책방’ 입구


칠성면 여우숲 아래 전원에 자리 잡은 숲속작은책방은 나무와 풀과 풀벌레 소리에 둘러싸여 있다. 겉모습은 천생 예쁘게 꾸며놓은 시골집인데 문을 열고 들어서면 집 전체가 온통 책으로 가득하다. 의심할 바 없는 책방이다. 가방을 어깨에서 내려놓는 것도 잊은 채 발이 저절로 서가 앞으로 향한다.

요즘 한창 인기 있는 소설가 김영하의 산문집도 보이고 소설가 김탁환의 최신 소설도 있고 지역 출판사에서 출간한 책들도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주인장 부부가 외국 책마을과 서점을 여행하며 수집한 책들과 다양한 그림책도 전시돼 있다. 도심에 있는 대형 서점에 비하면 초라해 보이기까지 할 법한 작은 규모지만 그래서 오히려 따뜻하고 편안하고 평화로운 분위기가 흐른다. 책 하나하나와 눈맞춤을 하면서 책 냄새를 한껏 들이마시며 서가 앞을 서성이게 되는 것은 책이 부린 마법 때문일 게다.

책방 주인인 백창화(오른쪽부터)·김병록 부부

가까스로 정신을 차리고 주인장 부부와 마주 앉았다. 잠은 2층 다락방을 이용하면 되고 책은 자유롭게 보되 소중히 다뤄주길 부탁했다. 다락방에는 만화책과 그림책도 있으니 취향껏 보면 된단다. 그리고 해가 지거든 꼭 데크에 나가 별 구경을 하라고 했다. 책방은 오후 6시에 문을 닫는데 그 이후에 책방은 온전히 북스테이 하는 손님만의 차지라는, 가슴 뛰는 소식까지 전해줬다.

이리 기웃 저리 기웃 어슬렁거리며 책을 구경하다보니 어느새 어둠이 세상을 삼킨 시간. 불빛 하나 없이 깜깜한 책방 마당은 어디선가 날아온 반딧불이 한마리가 차지하고, 책방은 손님 차지다. 서가 앞 바닥에 철퍼덕 주저앉아 다니엘 페나크의 소설 <몸의 일기>를 펴 들었다. ‘허위와 위선의 기록이 아니라 놀랄 만큼 정직하게 몸을 들여다본 육체의 일기’라는 주인장의 추천사가 붙어 있는 책이다. 사라락, 책장 넘기는 소리와 풀벌레 소리 외에 세상 모든 소리가 잠들었다. 고요 속에서 책 속으로 빨려들며 불현듯 깨닫는다. 범인은 시간이 아니라 나 자신이었다는 것을. 온전히 책과 마주할 마음과 몸의 준비가 부족했었다는 것을. 이곳 책방의 밤에서야 깨우친다.

책방엔 주인장 부부가 모은 책들로 가득하다.

책을 읽다가 덮어두고 마당에 나가 별 구경을 하고 또 다락방에 올라가 엎드려 책 보다가 주인장 부부와 마주 앉아 책 이야기도 나누다 보니 시간은 자정을 훌쩍 넘어섰다. 북스테이 유효시간이 끝나가고 있다. 가는 시간이 아까워 허둥지둥 책들을 눈에 담는다. 이 책방에 오지 않았다면, 책방 주인장의 추천을 받지 않았다면 세상에 있는지도 모르고 지나갔을 책들이 서가에 가득한데 하룻밤만으로는 머릿속에, 마음속에 다 담아갈 수 없음이 아쉽다. 하긴 도서관은 물론 대형 서점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자유로움과 충만함을 얻었으니 그것으로도 충분하긴 하다.

새벽으로 달리는 시간, 다락방에 누워 책 한권을 손에 들었다. 뻑뻑해진 눈을 쉬어주려고 잠깐 감았는데, 떠보니 그 잠시 사이 어둠은 걷히고 해는 올라오고 별은 몸을 숨겼다. 아, 책방의 밤이 이렇듯 허무하게 사라져버렸다. 아직 읽고 싶은 책이 저기 한가득 쌓여 있는데. 아직은 이 책 냄새가 만들어내는 평온함에서 빠져나갈 준비가 돼 있지 않은데. 커피 한잔 들고 마당에 나가 별 대신 반짝이는 이슬을 보며 마음을 다독인다. 조만간 꼭 다시 오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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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8-09 14:51